[기고]보호무역의 파고 속 울산 미래자동차 산업의 길을 찾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100년 만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각국 정부는 친환경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울산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2025년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 2기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회귀를 예고하며 글로벌 무역 질서를 다시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 자동차 산업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당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강경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쳤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이끌었고,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 및 부품에도 무역 장벽을 높인 바 있다. 이번 2기 정부에서도 동일한 기조 아래 한층 강화된 보호무역 조치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도 해당국 제품에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만약 한국산 자동차가 이 대상에 포함된다면, 울산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될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울산 자동차 산업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국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그리고 수소전기차 넥쏘는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수출 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미국 내 생산 확대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 정부 1기 시절에는 전기차 보조금을 미국 내 생산 차량에 한정하며 해외 기업의 현지 생산을 유도했다. 같은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활용과 2028년까지 미국내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배터리 및 부품 공급망의 재편도 요구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 심화 속에 중국산 배터리 및 전기차 핵심 부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울산 생산 차량의 공급망 구조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울산 자동차 산업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중국 역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며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울산의 친환경차 주요 수출 시장을 미국에서 유럽 및 아시아로 확장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둘째, 미래차 기술력 강화가 중요하다. 전기차·수소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효율 향상, 자율주행 기술, 커넥티드카 기술 등을 접목한 차세대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울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넥쏘는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차량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셋째, 미국 내 현지 생산 및 공급망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넷째,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상호 관세 도입은 울산 자동차 산업에 또 다른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 울산은 위기에 휘둘리기보다, 장기적으로 자동차산업의 사업 확장을 통해 울산의 생산량과 판매량 확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미국 외 시장 공략과 기술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현지 생산 확대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을 병행하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울산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전기차·수소차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또한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도, 울산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 자동차기술지원단 이상령 단장 -